왜 생각만 하면 정신이 병드는가
인간의 뇌는 '생각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다. 뇌의 원래 역할은 생존이다. 먹이를 찾고, 도망치고, 동료와 협력하고, 밤이면 잠을 자는 것. 그런데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을 '머릿속에서만' 보낸다. 움직이지 않고, 행동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생각만 한다.
뇌 입장에서 이건 비정상이다. 뇌는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위협'으로 해석한다. 걱정, 불안, 자책은 그때 작동하는 생존 경보다.
250만 년 동안 인간은 생각을 '짧게' 했다. 사자는 어디 있지? 이 열매 먹어도 되나? 저 사람 믿어도 될까? 생각의 끝에는 반드시 행동이 있었다. 판단하고, 움직이고, 끝났다.
그런데 현대에는 행동이 없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생각이 감정을 만들고, 감정이 또 생각을 부른다. 뇌는 가상의 위협을 실제보다 더 크게 착각한다. 이게 불안이고, 우울이고, 번아웃이다.
작가, 화가, 음악가들에게 정신질환이 유독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흐,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천재적 예술가들이 왜 그토록 고통받았을까?
그들의 직업 자체가 '생각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 앉아 머릿속 세계와 씨름한다. 몸은 멈춰 있고, 뇌만 과열된다. 캔버스 앞에서, 원고지 앞에서, 피아노 앞에서. 손가락만 움직일 뿐 전신은 정지해 있다. 뇌는 이 상태를 '갇혀 있다'고 해석한다. 도망쳐야 하는데 도망칠 수 없는 상황. 공포중추인 편도체가 쉬지 않고 경보를 울린다.
반면 농부나 어부는 어떤가. 하루 종일 몸을 쓴다. 생각할 틈이 없다. 밭을 갈고, 그물을 던지고, 땀을 흘린다. 뇌는 "이 사람은 살아 있고, 움직이고 있고,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우울증에 걸릴 여유가 없다. 생각이 쌓이기 전에 몸이 먼저 해소해버린다.
뇌에는 '생각 엔진'과 '행동 엔진'이 있다. 생각은 전전두엽, 행동은 운동피질이 담당한다. 문제는 생각만 하면 전전두엽이 과열되면서 편도체까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반면 몸을 움직이면 뇌의 다른 영역들이 함께 작동하며 과부하가 풀린다. 생각만 하면 정신은 좁아지고, 움직이면 정신은 넓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10km를 달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말했다. "소설을 쓰는 건 독소를 다루는 일이다. 그 독소를 중화하려면 육체가 강해야 한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걸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달리기는 그의 해독제다.
우리는 고민이 많을수록 앉아서 더 생각하려 한다. 하지만 해답은 정반대다. 생각은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생각만 하는 인간은 뇌의 설계와 충돌하며 병든다. 멍하니 앉아 고민하지 마라. 일어나서 움직여라. 설거지든, 산책이든, 전화 한 통이든. 행동은 뇌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나는 살아 있다. 지금 여기 있다."
생각은 머릿속에서 끝나지 않는다. 몸을 써야 비로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