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관리에 대해 공부중이다..
7시간 동안 책을 썼다. 머리를 극한까지 쥐어짜며 한 문장 한 문장 써냈다. 운동하면 개운해지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플라이오메트릭을 하고 배드민턴을 쳤다.
이상했다.
평소엔 운동 후에 컨디션이 확 올라온다. 배드민턴 칠 때 몸이 가볍고, 반응이 빠르고, 스매싱이 기분 좋게 꽂힌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셔틀콕이 날아오는 게 보이는데 팔이 따라가지 않았다. 엄청나게 졸리고, 집중력이 바닥났다.
머리를 썼는데 왜 움직임이 떨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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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로를 단순하게 생각한다. 몸이 힘들면 육체 피로, 머리가 힘들면 정신 피로. 그래서 머리 쓴 날은 운동으로 풀면 된다고 생각한다.
틀렸다.
피로에는 우리가 모르는 종류가 하나 더 있다. 신경계 피로다.
신경계는 뇌와 몸을 연결하는 전기 배선이다. 이 배선이 과부하 걸리면 근육이 멀쩡해도 힘을 쓸 수 없다. 내 스매싱이 안 꽂힌 이유가 이것이다. 팔 근육은 멀쩡했다. 하지만 뇌에서 "강하게 쳐"라는 신호를 보내는 배선이 과열돼 있었다.
고강도 정신노동과 고강도 육체노동이 같은 배선을 쓰기 때문이다.
7시간 글쓰기는 전전두엽을 극한까지 쓴다는 뜻이다. 이미 배선이 과열된 상태에서 폭발적 운동을 하면? 퓨즈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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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전투 모드)과 부교감신경(회복 모드)으로 나뉜다. 내 하루를 보자.
7시간 글쓰기 = 교감신경 가동.
플라이오메트릭 = 교감신경 추가 가동.
배드민턴 = 교감신경 또 가동.
부교감신경이 켜질 틈이 없었다. 10시간 넘게 사자를 쫓아다닌 것과 같다. 원시시대였다면 절대 없었을 상황이다.
현대인 대부분이 이 상태다. 일할 때 교감신경, 운동할 때 교감신경, 유튜브 볼 때도 교감신경. 아무리 자도 피곤한 이유가 여기 있다. 만성 교감신경 과활성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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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 한다.
고강도 정신노동과 고강도 육체노동을 같은 날 절대 하지 않는다.
7시간 글 쓴 날? 파워 운동 대신 Zone 2 유산소, 산책, 반신욕을 한다. 반대로 머리를 안 쓴 날에는 고강도 운동을 한다. 이때는 운동이 오히려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같은 운동인데 타이밍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이걸 나는 '신경계 예산 관리'라고 부른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운동하면 건강해지겠지"는 틀렸다. 둘 다 교감신경을 쓰는 활동이면, 쉬지 않고 달리는 것과 같다.
운동했는데 오히려 더 피곤해진 적 있는가? 오늘 교감신경을 얼마나 썼는지 생각해보라. 고강도 집중을 오래 했다면, 파워 운동 대신 가벼운 산책을 선택하라.
이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삶의 질은 완전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