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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한 인류들, 아종과 근연종

jachung87 2025. 12. 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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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개를 좋아하는가? 만약 좋아한다면, 개 품종이 몇 가지나 있는지 아는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품종만 해도 약 400종이 넘는다. 치와와부터 세인트버나드까지. 겨우 20cm 남짓한 개부터 거의 1m에 육박하는 거대한 개까지. 같은 종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환경이 다르면 생존 전략이 달라지고, 생존 전략이 다르면 몸이 바뀐다. 추운 곳에서는 털이 길어지고 체구가 커진다. 더운 곳에서는 털이 짧아지고 코가 납작해진다. 사냥을 해야 하면 다리가 길어지고, 애완용으로 살면 얼굴이 귀여워진다. 이것이 바로 분화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땠을까? 우리 조상들도 개처럼 다양한 환경에 흩어져 살았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각 대륙의 기후는 완전히 달랐다. 추운 곳, 더운 곳, 습한 곳, 건조한 곳. 각기 다른 환경에서 수십만 년을 살다 보니 몸이 달라졌다. 키가 달라지고, 뇌 크기가 달라지고, 얼굴 생김새가 달라졌다. 심지어 먹는 음식까지 달라졌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아종(subspecies)' 또는 '근연종(sister species)'이라 부른다.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화한 종들. 개로 치면 푸들과 불독의 관계다. 조상은 같지만 생김새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인류 역사를 보면 놀랍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살았던 게 아니다. 한때 지구에는 최소 8종 이상의 서로 다른 인류가 동시에 살았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각자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어떤 종은 거대했고, 어떤 종은 난쟁이처럼 작았다. 어떤 종은 고기만 먹었고, 어떤 종은 풀만 뜯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 나머지는 모두 사라졌다. 왜일까? 우리가 그들을 학살했을까? 아니면 그들이 스스로 멸종했을까? 혹은 우리와 섞여서 흡수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부터 멸종한 인류 종들을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단순한 역사 공부가 아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다. 당신의 몸속에는 지금도 그들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데니소바인의 DNA가 당신의 면역 체계를 작동시키고, 당신의 체형을 결정하고, 심지어 당신이 탈모에 걸릴 확률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이 글을 읽을 때 한 가지만 기억하라. 이들은 먼 과거의 화석이 아니다. 이들은 당신의 조상이며, 당신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다.


1.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 우리 안에 살아있는 형제

 

네안데르탈인을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털이 많고 등이 굽은 원시인? 무식하고 폭력적인 야만인? 모두 틀렸다. 네안데르탈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했고, 훨씬 인간적이었다.

약 40만 년 전, 유럽은 추웠다. 빙하기가 찾아왔고 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몸이 바뀌어야 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조상은 키를 줄였다. 남성 평균 키 165cm, 여성 155cm. 현대인보다 10cm 이상 작았다. 하지만 근육은 훨씬 강했다. 몸무게 대비 근육량은 현대 보디빌더를 능가했을 정도다.

왜일까? 추운 곳에서는 체표면적을 줄여야 열 손실을 막을 수 있다. 키가 작고 몸이 통통할수록 유리하다. 반대로 코는 커야 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기 전에 데우고 가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안데르탈인의 코는 넓고 길었다. 눈썹 뼈도 튀어나왔는데, 이는 추운 바람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였다.

놀라운 점은 뇌 용량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현생 인류보다 컸다. 평균 1,500cc. 호모 사피엔스가 1,350cc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크다. 그렇다면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똑똑했을까?

뇌 크기만으로 지능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문화를 보면 상당한 수준의 지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불을 피웠고, 정교한 석기를 만들었으며, 동굴에 그림을 그렸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장례 문화다.

프랑스의 샤니다르 동굴에서는 네안데르탈인 유골이 꽃과 함께 묻혀 있었다. 꽃을 뿌리며 죽은 자를 애도했다는 뜻이다. 사후 세계에 대한 개념이 있었고, 동료의 죽음을 슬퍼할 줄 알았다. 이것이 짐승과 인간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논란이 하나 있다. 바로 식인 풍습이다. 일부 네안데르탈인 뼈 화석에서 도살 흔적이 발견되었다. 뼈를 쪼개고, 살점을 발라낸 자국이 명확했다. 그래서 한때 "네안데르탈인은 동족을 잡아먹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현재 학계의 정설은 다르다. 이는 식인 풍습이 아니라 2차 장례 의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망자를 땅에 묻은 후, 1년쯤 지나 뼈만 꺼내어 다시 처리하는 문화. 티베트나 몽골의 조장(鳥葬)과 비슷한 개념이다. 즉, 네안데르탈인은 잔인한 식인종이 아니라 오히려 죽은 자를 정성껏 기리는 문화를 가진 종족이었다.

그렇다면 왜 멸종했을까? 약 4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은 역사에서 사라진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논쟁 중이다.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 기후 변화? 질병? 근친 교배로 인한 유전적 취약성?

아마 복합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 도착하면서 네안데르탈인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근친 교배가 늘어났고, 유전적 다양성이 떨어졌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급변하자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서서히, 조용히 사라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했다. 그 증거가 당신의 몸속에 있다. 현대인(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 제외)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1~4% 가지고 있다. 당신이 유럽인이나 아시아인이라면, 당신 DNA의 일부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온 것이다.

그 유전자는 무엇을 하는가?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수십만 년간 유럽의 병원균과 싸우며 강력한 면역 유전자를 발달시켰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유럽의 바이러스와 세균에 취약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하면서 그들의 면역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비만, 제2형 당뇨, 탈모와도 연관이 있다. 당신이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그건 어쩌면 4만 년 전 조상의 선택 때문일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죽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당신 안에 살아 있다.


2.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200만 년을 산 게으른 천재

 

 

호모 에렉투스. 이름을 직역하면 '곧게 선 인간'이다. 최초로 완전한 직립보행을 한 인류 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아남은 종이기도 하다. 무려 200만 년. 현생 인류가 겨우 30만 년 산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기록이다.

약 2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 에렉투스는 곧 대륙을 떠났다. 최초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인류다. 180만 년 전쯤, 그들은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갔다. 자바 원인, 베이징 원인으로 불리는 화석들이 모두 호모 에렉투스다.

이들의 뇌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커졌다. 초기에는 800cc였지만, 100만 년에 걸쳐 1,100cc까지 증가했다.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약 150만 년 전이다. 불로 고기를 익혀 먹으면서 턱이 작아지고 소화기관이 짧아졌다. 그 절약된 에너지는 뇌로 향했다. 뇌가 커질 수 있었던 이유다.

호모 에렉투스는 석기도 만들었다. 올도완 석기에서 시작해 아슐리안 석기까지 발전시켰다. 아슐리안 석기는 한쪽은 둥글고 한쪽은 뾰족하게 날을 세운 형태로, 강력한 절삭력을 자랑했다. 고기를 자르고, 나무를 깎고, 가죽을 다듬는 데 완벽한 도구였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 호모 에렉투스는 약 100만 년 동안 석기 기술이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 100만 년이다. 같은 도구를 100만 년간 똑같이 만들었다는 뜻이다. 왜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호모 에렉투스는 게을렀다. 아니, 정확히는 '에너지 절약형' 생존 전략을 택했다. 이들은 먼 곳의 좋은 재료보다 가까운 곳의 평범한 재료를 선호했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일만 했다.

"오늘 배가 고프지 않으면 내일 사냥할 필요가 없다." 호모 에렉투스의 생존 철학이었을 것이다. 이런 전략은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효과적이다. 에너지를 아끼니까. 하지만 환경이 변하면? 적응하지 못한다.

약 1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는 대부분 지역에서 멸종한다.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급변했고, 새로운 육식동물이 등장했으며, 더 똑똑한 인류 종들이 나타났다. 호모 에렉투스는 적응하지 못했다. 100만 년간 같은 석기를 만들던 습관,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던 습관이 결국 멸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일부는 살아남았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는 놀랍게도 11만 년 전까지 호모 에렉투스가 생존했다.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경쟁자도 없고, 포식자도 적었으니까.

호모 에렉투스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오래 살아남는 것과 진화하는 것은 다르다. 안주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는 순간, 안주했던 종은 멸종한다. 호모 에렉투스는 200만 년을 살았지만, 결국 역사에서 사라졌다. 변화를 거부한 대가였다.


3. 하이델베르크인(Homo heidelbergensis): 거인들의 시대

 

 

상상해보라. 키 180cm가 넘고, 체중 100kg에 육박하는 거대한 인간을. 팔뚝 둘레만 현대 운동선수 수준이고, 손으로 맨손으로 사슴 뼈를 부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를. 이것이 하이델베르크인이다.

약 70만 년 전 출현한 하이델베르크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종 중 하나다. 일부 화석은 키 213cm에 달한다. 현대 농구선수급이다. 왜 이렇게 컸을까? 당시 유럽과 아프리카에는 거대한 맹수들이 넘쳐났다. 동굴 곰, 검치 호랑이, 거대 하이에나. 이런 포식자들과 맞서려면 작은 체구로는 불가능했다. 덩치가 커야 했다.

하이델베르크인은 단순한 힘만 가진 게 아니었다. 지능도 뛰어났다. 이들은 최초로 창을 사용한 인류다. 그 전까지는 나무 몽둥이나 주먹 도끼처럼 가까이에서 휘두르는 무기만 있었다. 하지만 창은 다르다. 던질 수 있다. 멀리서 사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에서 발견된 40만 년 전 창은 길이 2.3m에 무게 800g. 완벽하게 균형이 잡혀 있었고, 던졌을 때 30m 이상 날아갔다. 하이델베르크인은 이 창으로 말을 사냥했다. 집단으로 포위하고, 동시에 창을 던지고, 쓰러진 말을 칼로 도살했다. 고도로 조직화된 사냥이었다.

문화도 발전했다. 원시적인 집을 짓기 시작했고, 미술품을 제작했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조각상은 30만 년 전 것으로, 인간 형상을 새긴 최초의 예술품 중 하나다. 사후 세계 개념도 생겼다. 죽은 자를 정성껏 매장하고, 부장품을 함께 묻었다.

하이델베르크인은 인류 계통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공통 조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약 50만 년 전, 하이델베르크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유럽에 남은 집단은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했고, 아프리카로 돌아간 집단은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다.

환경이 진화를 결정했다. 유럽은 추웠고, 아프리카는 더웠다. 유럽 집단은 키를 줄이고 코를 키우며 추위에 적응했다. 네안데르탈인이 된 것이다. 아프리카 집단은 키를 유지하고 피부를 검게 만들며 더위에 적응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된 것이다.

하이델베르크인은 약 20만 년 전 사라진다. 정확히는 사라진 게 아니다. 그들의 후손이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으니까. 하이델베르크인의 유전자는 오늘날 모든 인류에게 흐르고 있다. 당신도, 나도, 우리 모두 하이델베르크인의 자손이다.


4.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Homo sapiens idaltu): 조상의 얼굴

 

 

'이달투'. 에티오피아 현지어로 '조상'을 의미한다. 약 16만 년 전, 에티오피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초기 형태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다.

1997년, 에티오피아 중부의 헤르토 마을에서 놀라운 화석이 발견되었다. 두개골 3개. 하나는 성인 남성, 하나는 성인 여성, 하나는 어린아이였다. 연대 측정 결과 16만 년 전 것으로 확인되었다. 당시까지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놀라운 점은 현대인과의 유사성이다. 두개골 형태, 뇌 용량, 얼굴 구조 모두 현생 인류와 거의 같았다. 뇌 용량은 오히려 조금 더 컸다. 약 1,450cc. 현대인 평균이 1,350cc인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크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는 어떻게 살았을까? 화석 주변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마, 물소, 영양 등 다양한 동물의 뼈가 발견되었다. 사냥 실력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강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흔적도 있다. 흑요석, 현무암, 석영 등 여러 광물을 용도에 따라 선택해 사용했다. 도구 제작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가장 놀라운 건 장례 문화다. 발견된 두개골 3개는 모두 특별한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두개골 가장자리가 석기 도구로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광택까지 나 있었다. 턱뼈는 제거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학자들은 이것을 장례 의식으로 해석한다. 죽은 자의 시신을 땅에 묻은 후, 1년쯤 지나 뼈만 꺼낸다. 그리고 두개골을 정성껏 다듬고 광택을 낸다. 턱뼈를 제거하고, 다시 두개골과 함께 매장한다. 왜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쳤을까?

죽은 자에 대한 존경이다. 조상에 대한 숭배다. 16만 년 전, 이미 호모 사피엔스는 사후 세계를 믿었고, 조상을 기렸으며, 복잡한 장례 의식을 치렀다. 이것이 현생 인류와 다른 동물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는 현재 별도의 아종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로 분류된다. 유전적으로 현대인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16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인간이다. 그들이 21세기에 태어났다면, 당신 옆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을 것이다.


5. 데니소바인(Denisovans): 손가락 하나로 밝혀진 새로운 인류

 

 

2008년, 러시아 시베리아의 데니소바 동굴. 고고학자들이 작은 손가락 뼈 하나를 발견했다. 겨우 3cm. 처음에는 그냥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DNA 검사를 해보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다. 네안데르탈인도 아니었다. 완전히 새로운 인류 종이었다. 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손가락 뼈 하나로 새로운 인류를 발견한 것이다. 이들은 발견 장소를 따서 '데니소바인'이라 명명되었다.

문제는 온전한 유해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손가락 뼈 하나, 이빨 몇 개, 턱뼈 일부가 전부다. 그래서 데니소바인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른다. 키가 얼마나 됐는지, 체격이 어땠는지, 피부색이 무엇이었는지 전부 미스터리다.

하지만 DNA 정보는 놀라울 정도로 풍부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복원한 결과,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얼굴이 더 넓고, 턱이 더 튼튼했다. 광대뼈가 더 발달했고, 치아가 더 컸다. 전체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같은 인간으로 인식했을 정도다.

데니소바인은 언제, 어디서 살았을까? 약 30만 년 전부터 3~4만 년 전까지, 주로 아시아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베리아, 티베트, 동남아시아까지 넓은 지역에 분포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뉴기니에서는 1만 4,500년 전까지 생존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데니소바인의 지능은 어땠을까? 동굴에서 발견된 유물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리석 반지, 상아 펜던트, 뼈 바늘. 매우 정교한 가공 기술이 필요한 물건들이다. 특히 뼈 바늘은 놀랍다. 두께 0.3mm의 구멍을 뚫었다. 현대 바늘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뇌 용량도 컸다. 일부 화석에서는 1,800cc에 달하는 뇌 용량이 확인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1,350cc, 네안데르탈인이 1,500cc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큰 뇌가 곧 높은 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데니소바인이 멍청하지 않았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왜 멸종했을까?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 때문일 것이다. 3~4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데니소바인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인구가 감소하고, 근친 교배가 늘어나고, 결국 사라졌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데니소바인은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과도 교배했다. 현대 동아시아인(한국인 포함)은 약 0.2%의 데니소바인 DNA를 가지고 있다. 태평양 섬 주민들과 동남아시아인에게서는 더 높은 비율로 발견된다.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은 최대 5%까지 데니소바인 유전자를 보유한다.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무엇을 하는가? 고산 지대 적응에 도움을 준다. 티베트인들이 해발 4,000m에서도 숨 쉬며 살 수 있는 이유가 데니소바인 유전자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면역 체계 강화에도 기여한다.

손가락 뼈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작은 뼈 하나가 인류 역사를 다시 썼다. 데니소바인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화석이 발견되어, 이들의 진짜 모습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6.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호빗은 실존했다

 

 

키 1m. 몸무게 25kg. 뇌 용량 380cc. 이것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스펙이다. 현대 초등학생만 한 크기다. 뇌는 침팬지 수준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류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의 리앙부아 동굴에서 충격적인 화석이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 유골로 생각했다. 하지만 치아와 뼈 발달 상태를 보니 성인이었다. 학계는 술렁였다. 이렇게 작은 성인 인류가 있었다고?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과 닮았다고 해서 '호빗'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호빗처럼 작고 귀여웠을 것이다. 키 1m, 긴 팔, 짧은 다리. 숲속을 뛰어다니기에 완벽한 체형이었다.

왜 이렇게 작아졌을까? 답은 '섬 외소화(island dwarfing)'다. 섬에 고립되면 동물의 크기가 변한다. 먹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큰 동물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므로 불리하다. 작아질수록 유리하다.

플로레스 섬에는 약 1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도착했다. 어떻게 섬에 도착했는지는 미스터리다. 아마 통나무 뗏목을 타고 우연히 표류했을 것이다. 섬에 정착한 호모 에렉투스는 세대가 지날수록 작아졌다. 10만 년쯤 지나자 키가 절반으로 줄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탄생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뇌가 작아도 똑똑했다는 것이다. 동굴에서 발견된 석기는 매우 정교했다. 뾰족한 칼날, 균형 잡힌 창촉, 섬세한 조각 도구. 작은 손으로 만들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불도 사용했다. 동굴 안에서 숯과 타다 남은 뼈가 발견되었다. 고기를 구워 먹었다는 증거다. 사냥도 했다. 주요 사냥감은 스테고돈이었다. 스테고돈은 코끼리의 친척인데, 플로레스 섬에서는 역시 섬 외소화를 겪어 크기가 작아졌다. 어깨 높이 1.5m 정도. 그래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보다는 훨씬 컸다.

키 1m짜리 인간이 어떻게 코끼리를 사냥했을까? 집단 사냥이었을 것이다. 함정을 파고, 포위하고, 창으로 찔러 출혈시킨 후 기다렸을 것이다. 작지만 똑똑했다. 협력할 줄 알았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언제 멸종했을까? 초기 연구에서는 1만 8,000년 전까지 생존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의미를 가진다. 불과 1만 8,000년 전이면 현생 인류가 이미 전 세계로 퍼진 후다.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연대가 수정되었다. 정밀 측정 결과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약 5만 년 전 멸종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도 여전히 놀랍다. 5만 년 전이면 호모 사피엔스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멸종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화산 폭발일 가능성이 크다. 플로레스 섬 근처에서 약 5만 년 전 대규모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고, 햇빛이 차단되고, 식물이 죽고, 동물이 사라졌을 것이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도 함께 멸종했다.

하지만 다른 가설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현생 인류가 플로레스 섬에 도착하면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와 경쟁했고, 결국 그들을 밀어냈다는 주장이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플로레스 섬 사람들 사이에는 '에부 고고'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작고 털이 많은 난쟁이가 숲속에 살았다는 이야기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에 대한 기억일 수 있다고 추정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5만 년 전이 아니라 훨씬 최근까지 살아남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수백 년 전까지도.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호빗이 실존했고, 우리 조상이 그들을 만났을 수도 있다니.


7. 호모 날레디(Homo naledi): 작은 뇌, 큰 지혜

 

 

2013년, 남아프리카 라이징 스타 동굴 시스템. 동굴 탐험가들이 좁은 틈을 기어들어 가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수백 개의 뼈. 최소 15구의 유골. 성인, 어린이, 노인 모두 섞여 있었다.

유골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인류 종으로 확인되었다. 호모 날레디. '날레디'는 현지어로 '별'을 의미한다. 라이징 스타(떠오르는 별) 동굴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호모 날레디의 특징은 독특했다. 키 약 143cm, 몸무게 40kg. 작은 체구였다. 뇌 용량은 더 작았다. 겨우 600cc.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수준이다. 현대인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걸음걸이는 완벽한 직립보행이었다. 골반과 다리 뼈는 현생 인류와 거의 같았다. 평지를 걷고 달리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반면 손과 팔은 달랐다. 손가락이 구부러져 있었고, 팔이 길었다. 나무를 타기에 완벽한 구조였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호모 날레디는 이중 생활을 했다는 뜻이다. 평지에서는 두 발로 걷고, 위험하면 나무로 올라갔다.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식생활도 독특했다. 대부분의 인류 종은 고기와 과일을 주식으로 삼았다. 하지만 호모 날레디는 다른 선택을 했다. 모래로 뒤덮인 견과류, 씨앗, 식물 뿌리, 질긴 고기. 다른 인류가 먹지 않는 음식이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경쟁 때문이다. 당시 아프리카에는 여러 인류 종이 공존했다. 호모 에렉투스, 초기 호모 사피엔스 등. 이들은 모두 좋은 사냥감과 달콤한 과일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호모 날레디는 그 경쟁에서 밀렸다.

대신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남들이 먹지 않는 음식을 먹었다. 경쟁은 적었지만 대가가 있었다. 뇌가 작아졌다. 질긴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려면 강한 턱과 긴 소화기관이 필요했다. 여기에 에너지를 쏟다 보니 뇌에 투자할 에너지가 부족했다.

하지만 작은 뇌에도 불구하고 호모 날레디는 똑똑했다. 가장 놀라운 증거는 매장 문화다. 라이징 스타 동굴은 접근이 매우 어렵다. 좁은 틈을 40m 이상 기어들어 가야 한다. 햇빛도 들지 않는다. 완전한 어둠이다.

왜 이런 곳에 시신을 매장했을까? 우연히 떨어진 것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운반한 것이다. 동굴 입구에서 매장 장소까지 시신을 옮기려면 여러 명이 협력해야 했다. 횃불을 들고, 어둠 속을 기어가며, 좁은 틈을 통과해야 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호모 날레디는 죽음을 이해했다. 사후 세계를 믿었다. 동료의 죽음을 애도했다. 뇌 용량 600cc. 침팬지보다 조금 큰 정도. 하지만 그 작은 뇌로 추상적 사고를 했다.

호모 날레디는 약 33만 년 전 출현하여 23만 년 전까지 생존했다. 10만 년의 짧은 역사였다. 왜 멸종했을까?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 때문일 것이다. 큰 뇌와 높은 지능을 가진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지면서 호모 날레디는 밀려났다.

하지만 호모 날레디는 우리에게 교훈을 남겼다. 뇌 크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작은 뇌로도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고, 문화를 만들 수 있으며, 죽음을 애도할 수 있다. 인간다움은 뇌 크기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


8. 파란트로푸스(Paranthropus): 채식주의자의 비극

 

 

파란트로푸스를 만나보자. 키 약 135cm, 몸무게 50kg. 건장한 체격에 거대한 턱. 어금니는 현대인의 4배 크기. 씹는 힘은 고릴라 수준. 이들은 초식 전문가였다.

약 260만 년 전 출현한 파란트로푸스는 독특한 진화 전략을 택했다. 채식이다. 풀, 나무뿌리, 견과류, 씨앗. 식물만 먹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당시 아프리카는 경쟁이 치열했다. 호모 하빌리스와 초기 호모 에렉투스가 이미 육식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사냥 실력이 뛰어났고, 석기 도구도 발달했다. 파란트로푸스는 그들과 경쟁할 수 없었다.

대신 다른 길을 선택했다. 채식. 아프리카 사바나에는 풀이 무한정 있었다. 경쟁자도 적었다. 얼핏 보면 현명한 선택 같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풀은 칼로리가 낮다. 고기 100g은 약 250칼로리지만, 풀 100g은 겨우 25칼로리다. 10배 차이다. 파란트로푸스는 건강한 체격을 유지하려면 하루 종일 먹어야 했다.

고릴라를 떠올려보라. 고릴라는 하루 12시간 이상을 식사에 할애한다. 끊임없이 먹는다. 파란트로푸스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중 대부분을 씹는 데 보냈다. 그래서 턱이 발달했고, 어금니가 커졌으며, 씹는 근육이 강해졌다.

문제는 에너지 배분이었다. 풀을 소화시키려면 긴 소화기관이 필요하다. 소화기관이 길수록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인간의 뇌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 하지만 긴 소화기관을 유지하는 데도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파란트로푸스는 선택했다. 소화기관에 투자하고, 뇌는 포기했다. 그 결과 뇌 용량은 약 500cc에서 정체되었다. 침팬지보다 조금 큰 수준. 200만 년 동안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

반대로 호모 속 인류는 어땠을까? 잡식을 선택했다. 고기도 먹고, 과일도 먹고, 견과류도 먹었다. 특히 고기는 칼로리가 높았다. 적은 시간으로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여유 에너지는 뇌로 향했다.

호모 에렉투스의 뇌는 100만 년 동안 800cc에서 1,100cc로 증가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1,350cc까지 발달했다. 파란트로푸스는 500cc에서 멈췄다.

뇌가 작으면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 기후가 변하면? 적응하지 못한다. 새로운 포식자가 나타나면? 대응책이 없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새로운 식량을 찾지 못한다.

약 100만 년 전, 아프리카에 대규모 기후 변화가 찾아왔다. 건조해졌다. 풀이 줄어들었다. 파란트로푸스의 주식이 사라진 것이다. 그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200만 년을 살아온 종이 결국 멸종했다.

반면 호모 에렉투스는 살아남았다. 고기도 먹고, 과일도 먹고, 뿌리도 먹었다. 환경이 변해도 다른 식량을 찾을 수 있었다. 큰 뇌가 유연성을 제공했다.

파란트로푸스의 이야기는 교훈을 준다. 안정적인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식은 안정적이었다. 풀은 언제나 있었고, 경쟁자도 적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는 순간, 그 안정성이 독이 되었다.

유연성. 적응력. 이것이 생존의 핵심이다. 파란트로푸스는 특화된 채식 전략으로 200만 년을 살았지만, 결국 유연한 잡식 전략을 택한 호모 속에게 밀렸다. 진화는 가장 강한 자가 아니라 가장 적응력 있는 자의 승리다.


9. 현생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 우리 안의 멸종한 형제들

 

 

멸종한 인류 종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당신 안에 살아 있다.

현대 인류의 DNA를 분석하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순수한 호모 사피엔스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인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왜일까? 교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나갈 때, 그곳에는 이미 다른 인류가 살고 있었다. 유럽에는 네안데르탈인, 아시아에는 데니소바인과 호모 에렉투스. 그들은 서로 만났고, 교류했고, 섞였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부터 살펴보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모든 현대인은 1~4%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가지고 있다. 유럽인과 동아시아인 모두 포함된다.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당신 DNA의 약 2%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왔다.

그 유전자는 무엇을 하는가?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수십만 년간 유럽의 병원균과 싸우며 강력한 면역 유전자를 발달시켰다.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유럽의 질병에 취약했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하면서 그들의 면역 유전자를 얻었고, 덕분에 살아남았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제2형 당뇨, 비만, 탈모,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 당신이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어쩌면 4만 년 전 조상의 선택 때문일 수 있다. 당신이 살찌기 쉽다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지방을 저장하도록 설계되었을 수 있다. 추운 빙하기를 버티기 위한 적응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비만으로 이어진다.

데니소바인 유전자도 있다. 주로 동남아시아인과 태평양 섬 주민에게서 발견된다.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은 최대 5%의 데니소바인 DNA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약 0.2%다.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고산 지대 적응을 돕는다. 티베트인들이 해발 4,000m에서도 고산병 없이 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데니소바인 유전자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더 효율적으로 산소를 운반하도록 돕는다.

흥미로운 점은 초고대 유전자다. DNA 분석 결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인류에서 유래한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도, 네안데르탈인도, 데니소바인도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인류 종이다. 아직 화석이 발견되지 않아 이름조차 없지만, 그들의 유전자는 현대인 안에 살아 숨 쉰다.

그렇다면 순수한 호모 사피엔스는 없을까? 있다. 남아프리카의 코이산족이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다른 인류 종과 섞이지 않은 순수 호모 사피엔스로 알려져 있다. 왜일까? 코이산족은 아프리카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모두 아프리카 밖에 있었다. 아프리카에 남은 사람들만이 섞이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리는 단일 종이 아니다. 우리는 여러 인류 종의 혼합체다. 네안데르탈인의 면역력, 데니소바인의 고산 적응력, 미지의 인류가 남긴 알 수 없는 능력. 이 모든 것이 합쳐져 현대 인류가 되었다.

멸종한 인류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당신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울 때, 당신의 심장이 고산 지대에서 뛸 때, 그것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유산이다.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인 동시에, 네안데르탈인이고, 데니소바인이며, 그 외 수많은 인류의 후손이다.


10. 호모 사피엔스의 병목 현상: 우리는 모두 2,000명의 후손이다

 

 

현생 인류도 멸종 위기를 겪었다. 아니, 거의 멸종했다.

약 7만 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토바 화산이 폭발했다.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화산 폭발이었다. 화산재가 대기권으로 치솟았고, 햇빛이 차단되었으며, 지구 전체 기온이 급강하했다. 화산의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기온은 평균 3~5도 떨어졌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생태계에는 재앙이었다. 식물이 죽었다. 초식동물이 굶어 죽었다. 육식동물도 사라졌다. 먹이 사슬 전체가 무너졌다.

인류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호모 사피엔스 인구는 급감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호모 사피엔스 인구가 약 2,00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2,000명. 현재 서울 인구가 1,000만 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2,000명이면 어느 정도일까? 작은 마을 하나 크기다. 전 세계에 겨우 작은 마을 하나 규모의 인류만 남은 것이다. 인류는 멸종 직전까지 갔다.

살아남은 2,000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필연적으로 근친 교배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인구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세대가 지날수록 유전적 다양성은 줄어들었다.

현대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이 다른 동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침팬지 한 무리의 유전적 다양성이 전 세계 인류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는 모두 7만 년 전 살아남은 2,000명의 후손이다.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취약성이다. 유전적 다양성이 낮으면 바이러스와 질병에 취약해진다. 만약 특정 바이러스가 인류의 공통 유전자를 공격한다면? 전 인류가 동시에 감염될 수 있다.

COVID-19 팬데믹이 그 증거다. 새로운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를 마비시켰다. 수백만 명이 죽었고, 경제가 무너졌으며,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이것이 유전적 다양성이 낮은 종의 위험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만약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이 높았다면 어땠을까? 일부는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었을 것이다. 일부는 감염되어도 증상이 약했을 것이다. 다양성은 곧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성이 낮다. 7만 년 전 병목 현상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멸종 위험에 처해 있는가? 그렇다.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여전히 취약한 종이다. 언제든 새로운 바이러스, 기후 변화, 자원 고갈로 멸종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한 가지 무기가 있다. 지능이다. 우리는 백신을 개발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자원을 관리한다. 유전적으로는 취약하지만, 문화적으로는 강하다. 도구와 지식으로 약점을 보완한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파란트로푸스 모두 멸종했다. 호모 사피엔스도 거의 멸종할 뻔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2,000명에서 80억 명으로 증가했다. 지구 전체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다. 멸종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네안데르탈인도 40만 년을 살다가 사라졌다. 호모 에렉투스는 200만 년을 살다가 멸종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겨우 30만 년을 살았다. 우리의 이야기가 계속될지, 아니면 다음 멸종 목록에 이름을 올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며

 

지금까지 멸종한 인류 종들을 살펴봤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하이델베르크인, 데니소바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호모 날레디, 파란트로푸스.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했고, 각자의 이유로 사라졌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 환경이 진화를 결정한다. 추운 곳에서는 키가 작아지고 코가 커진다. 섬에서는 체구가 작아진다. 먹이가 풍부하면 뇌가 커지고, 먹이가 부족하면 뇌가 작아진다. 우리 몸은 환경의 산물이다.

둘째, 특화는 양날의 검이다. 파란트로푸스는 채식에 특화되어 200만 년을 살았지만, 기후가 변하자 멸종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섬 환경에 완벽히 적응했지만, 화산 폭발 하나로 사라졌다. 안정적인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

셋째, 유연성이 생존의 핵심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뭐든 먹고, 어디서든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도, 북극 툰드라에서도, 열대 우림에서도 적응했다. 유연성이 곧 힘이다.

넷째,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현대인의 DNA에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그 외 미지의 인류 유전자가 섞여 있다. 우리는 여러 인류 종의 혼합체다. 멸종한 형제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안에 살아 있다.

마지막으로, 멸종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거의 멸종할 뻔했다. 2,000명까지 줄어들었다. 우리는 그 2,000명의 후손이다. 언제든 다시 멸종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방심할 수 없다.

이상으로 멸종한 인류 종들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정리했다. 학계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일부 내용은 향후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작은 무리의 후손이며, 수십만 년 진화의 결과물이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존재라는 것이다.

 

당신의 몸속에는 10만 년 전 원시인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그 유전자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당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