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난 주말 무엇을 했는가. 아마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거나, 밀린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분명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회사 업무를 처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이 되었을 때 당신의 컨디션은 어떠했는가. 개운하고 활력이 넘쳤는가, 아니면 오히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머리가 멍했는가. 대다수의 현대인은 후자를 경험한다. 우리는 이것을 미스터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말 내내 쉬었는데, 왜 더 피곤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휴식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착각을 깨뜨려야 한다. 우리는 흔히 휴식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즉 육체적 활동의 부재로 정의한다. 하지만 뇌과학의 관점에서 당신이 소파에 누워 릴스를 넘기는 행위는 결코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뇌를 고문하는 것에 가깝다. 뇌는 체중의 2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신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사용하는 대식가다.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조차 뇌는 막대한 에너지를 태우고 있다. 뇌과학이 밝혀낸 진정한 휴식의 비밀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뇌의 어떤 회로를 끄느냐에 달려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덫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개념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다. 이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신경망이다. 쉽게 말해 뇌의 대기 모드다. 하지만 컴퓨터의 대기 모드와 달리, 뇌의 대기 모드는 전력을 덜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자동차가 정차해 있어도 시동이 걸려 있으면 공회전을 하며 연료를 계속 태우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 공회전 상태에서 뇌가 주로 하는 일이다. DMN이 활성화되면 인간은 잡념에 빠진다. 과거의 후회, 미래의 불안, 타인과의 비교, 나에 대한 평가 등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당신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 편안함보다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DMN이 과열된 상태다.
현대인의 뇌는 이 DMN이 꺼질 줄 모른다. 우리가 휴식이라고 착각하는 스마트폰 사용은 DMN을 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뇌에 정보의 홍수를 들이붓는 행위다. 시각적 자극과 짧은 도파민 보상은 뇌를 흥분 상태로 유지시킨다. 뇌 입장에서는 쉴 틈 없이 데이터를 처리하고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중노동인 셈이다. 따라서 뇌과학적으로 쉰다는 것은 이 DMN의 활성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기술을 의미한다.
능동적 뇌휴식의 역설
그렇다면 어떻게 DMN을 잠재울 수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뇌를 쉬게 하려면 몸을 움직이거나 다른 감각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이를 능동적 휴식이라 부른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산책이다.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에 닿는 지면의 감촉, 뺨을 스치는 바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의 변화에 집중하며 걷는 것이다. 뇌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다. 감각 정보처리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면, 자연스럽게 자아를 성찰하고 잡념을 만들어내는 DMN으로 가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복잡한 고민이 있을 때 걷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맑아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라 뇌의 에너지 배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멍 때리기 역시 제대로 해야 한다.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보며 멍을 때리지만, 진정한 멍 때리기는 불멍이나 물멍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단조로운 패턴을 응시하는 것이다. 흐르는 물이나 타오르는 불꽃의 불규칙하지만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뇌파를 안정시키고 DMN의 과도한 활동을 억제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스위치
뇌의 휴식은 자율신경계의 균형과 직결된다. 우리 몸에는 엑셀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과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부교감신경이 있다. 업무를 하거나 긴장할 때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반면 휴식하고 소화하고 회복할 때는 부교감신경이 우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교감신경이 항시 켜져 있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유다.
이 브레이크를 강제로 작동시키는 가장 강력하고 빠른 도구는 호흡이다. 뇌와 폐는 미주신경으로 연결되어 있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은 교감신경을, 내쉬는 것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날숨을 길게 내뱉는 것만으로도 뇌에 이제 안전하니 쉬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4초간 들이마시고 7초간 멈추고 8초간 내뱉는 식의 호흡법이 뇌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유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스위치 조작이다.
수면, 뇌의 세탁 시간
물론 최고의 휴식은 수면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면 중 뇌에서 일어나는 청소 과정이 핵심이다. 낮 동안 뇌가 활동하면 아데노신이나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이 쌓인다. 이 노폐물들은 뇌세포 사이의 공간에 축적되어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피로감을 유발한다.
우리가 잠을 잘 때, 특히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뇌세포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세포 사이의 공간이 넓어진다. 이때 뇌척수액이라는 세척액이 뇌 속을 씻어내며 노폐물을 배출한다. 이것을 글림프 시스템이라고 한다.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은, 쓰레기가 가득 찬 방에서 청소도 안 하고 계속 물건을 들여놓는 것과 같다. 결국 방은 난장판이 되고 어떤 작업도 효율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커피를 마셔서 잠을 쫓는 것은 피로 물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피로를 느끼게 하는 수용체를 잠시 차단하는 기만전술일 뿐이다. 진정한 회복은 오직 잠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멀티태스킹이라는 환상 버리기
뇌를 피로하게 만드는 주범 중 하나는 멀티태스킹이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업무 메일을 보내고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멀티태스킹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아주 빠른 속도로 태스크 스위칭(작업 전환)을 하고 있을 뿐이다.
A 작업에서 B 작업으로 주의를 돌릴 때마다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를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잦은 전환은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인다. 뇌를 쉬게 하려면 한 번에 하나의 일만 하는 싱글태스킹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밥을 먹을 때는 밥만 먹고, 걸을 때는 걷기만 하고, 쉴 때는 쉬기만 해야 한다. 밥을 먹으며 영상을 보는 것은 뇌에게 소화도 시키고 정보도 처리하라는 가혹한 명령이다. 온전한 집중이 곧 온전한 휴식으로 이어진다.
공간의 분리와 맥락 효과
뇌는 장소와 행동을 연결하여 기억한다. 침대를 스마트폰을 보는 장소로 인식하게 만들면, 뇌는 침대에 눕는 순간 각성 모드로 돌입한다. 휴식을 위한 공간과 작업을 위한 공간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침실은 오직 수면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며, 거실의 소파는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만약 집이 좁아 공간 분리가 어렵다면, 조명이나 향기, 음악 등을 이용해 맥락을 분리해야 한다. 쉴 때는 조도를 낮추고 특정 향초를 켜는 등의 의식을 통해 뇌에게 이제는 쉴 시간이라는 강력한 단서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 설정 없이는 뇌는 언제 전투 태세를 갖춰야 할지 몰라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피로는 몸이 아니라 뇌에서 온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사무직 직장인이 퇴근 후 녹초가 되는 이유는 뇌가 과열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로를 근육의 문제로 착각하여 마사지를 받거나 사우나를 가지만, 진짜 풀어야 할 것은 뇌의 피로다.
뇌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정보의 차단이 필수적이다. 현대 사회는 주의력 경제 사회다. 수많은 미디어와 광고가 당신의 주의력을 훔쳐가 돈을 번다. 당신의 뇌는 공공재가 아니다. 스스로 정보의 밸브를 잠그지 않으면 뇌는 영원히 쉴 수 없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디지털 기기와 완전히 단절된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처음에는 불안하고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이야말로 뇌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한다.
결국 뇌과학적으로 잘 쉰다는 것은 뇌를 비우는 것이 아니라, 뇌의 모드를 적절히 전환하는 기술이다. DMN의 스위치를 끄고 감각의 스위치를 켜는 것. 교감신경을 끄고 부교감신경을 켜는 것.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현재의 한 가지 행위에 몰입하는 것. 이것이 멈추지 않는 기관차인 당신의 뇌에 브레이크를 거는 유일한 방법이다.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도약을 위한 정교한 튜닝 과정이며, 뇌라는 초정밀 기계를 관리하는 엔지니어링이다. 이제 죄책감 없이 쉬어라. 다만 제대로 쉬어라.
생각깎는 노인의 조언 : 자네에게 도움될 말이 있다네
젊은이, 내가 보니 자네는 이제 '뇌휴식'마저 공부하고 있군. 뇌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쉬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네. 잘 쉬기 위해 타이머를 맞추고, 호흡 횟수를 세고, 스마트폰을 멀리하려 애쓰는 그 모습 자체가 또 다른 노동이 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진정한 휴식은 '목적 없음'에서 온다네. 자네가 산책을 하면서 "이건 DMN을 끄기 위한 행위야"라고 되뇌는 순간, 그것은 이미 업무의 연장이 되어버리지. 가끔은 그냥 멍청하게 시간을 낭비하게나. 비효율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자책하지 말게. 그 죄책감이야말로 자네의 뇌를 가장 지치게 하는 독이라네. 아무런 의도 없이, 아무런 성과 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자네 영혼의 쿠션이 되어줄 걸세. 쉬는 것조차 잘하려고 애쓰지 말게. 그냥 좀 대충 살게나. 그게 진짜 뇌가 웃는 길일일세.